사람들
신부와 마주 앉은 한 시간
샘플을 펼치기 전, 우리는 식의 분위기를 먼저 묻는다. 결혼식 부케 상담의 첫 페이지.
Edited by 마지우 · 인물 인터뷰 에디터

샘플 카탈로그를 펼치기 전, 우리는 묻는다. 식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신부가 입는 드레스의 결은 어떤지, 가장 가까운 사람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싶은지.
꽃은 그 다음이다. 한 시간의 대화가 끝나야 비로소 카탈로그가 작업대 위에 올라간다. 그제야 라넌큘러스의 흰빛과 작약의 흰빛이 서로 다른 답을 준다는 것을 함께 본다.
어떤 신부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처음 말로 해봤어요"라고 했다. 부케 상담의 첫 페이지가 거기다.
꽃은 듣고 난 뒤에 골라진다.

상담 중 신부가 말을 멈추는 순간이 있다. 드레스의 결을 설명하다가, 가족 이야기를 꺼내다가, 식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의 이름 앞에서 문장이 짧아진다. 한지윤은 그 침묵을 재촉하지 않는다. 꽃 이름은 그 다음에 와도 늦지 않다.
부케는 취향만 들고 입장하지 않는다. 손목 위에 놓이는 것은 색과 형태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 앞에서 떨리는지, 누구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기억을 너무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지가 함께 들어 있다. 꽃은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벼워진다.
Atelier Note
농부, 플로리스트, 손님, 이웃의 말과 침묵을 오래 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