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평창의 작약 농부, 김정자 씨
해발 700미터, 안개가 짙은 밭에서 만난 사람. 작약 한 송이의 시간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Edited by 마지우 · 인물 인터뷰 에디터

해발 700미터, 평창 봉평의 새벽은 안개가 무릎까지 차오른다. 김정자 씨의 작약 밭은 그 안개 안에 있다. 일흔한 살, 작약 농사 33년차.
"꽃이 잘 피려면 새벽이 추워야 해." 그가 장갑을 벗고 봉오리 끝을 만졌다. 단단하고 차가웠다. 6월 첫 주, 그가 잘라낸 작약은 24시간 안에 정자동의 작업대로 온다.
그는 한 송이의 끝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 시작을 알지 못했다. 둘 사이를 잇는 것이 아틀리에의 일이라고, 돌아오는 길에 적었다.
안개 너머에 손이 있다.

김정자 씨는 봉오리 앞에서 자주 말을 멈춘다. 가위를 대기 전, 꽃대를 손가락 사이에 두고 아주 조금 흔들어본다. "이건 내일 자르는 게 나아." 그 판단은 수분계나 온도표보다 먼저 나온다. 손끝이 전날 밤의 추위와 아침 안개의 무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정자동 작업대에서 그 작약을 다시 받으면, 우리는 밭의 이름을 한 번 떠올린다. 박스에 적힌 산지 표기는 짧지만, 그 안에는 자르지 않고 하루를 더 둔 사람의 결정이 들어 있다. 꽃의 시작과 끝은 서로 모르지만, 조심스러운 손을 통해 잠깐 이어진다.
Atelier Note
농부, 플로리스트, 손님, 이웃의 말과 침묵을 오래 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