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Stories/계절 기록

계절 기록

설, 어른의 책상 위에 한 송이

거창한 다발이 아닌, 단정한 한 줄기로 충분한 인사. 음력 새해 작업실의 풍경.

메종 레이첼 큐레이터2026-02-117 min

Edited by 백도윤 · 계절/비평 에디터

설, 어른의 책상 위에 한 송이

설 즈음, 어른의 책상 위에는 거창한 다발이 어울리지 않는다. 책상이 좁고, 어른의 시야가 길기 때문이다. 작은 화병에 한 줄기, 그것이 인사의 적정한 크기다.

작업실에서는 매년 음력 새해 직전, 흰 라넌큘러스 한 줄기와 노간주 한 가지를 자주 짠다. 흰빛은 차분하고, 노간주의 향은 오래 간다.

어른은 "오랜만에 책상이 단정해졌다"고 말씀하셨다. 단정함이 새해의 첫 인사가 되었다.

한 줄기로도 한 해가 시작된다.

설, 어른의 책상 위에 한 송이 detail
Maison Rachel atelier image · 백도윤

어른의 책상에는 오래 쓴 만년필, 빛바랜 달력, 손때 묻은 나무 표면이 있다. 그 옆에 한 줄기를 놓으면 새해는 새것의 과시가 아니라 오래된 시간에 조용히 덧대는 흰빛이 된다.

흰 라넌큘러스의 밝음은 환한 축하보다 말수를 줄인 안부에 가깝다. 노간주의 녹색은 새 출발보다 오래 머무는 향에 가깝다. 새해는 앞으로만 가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예의를 갖추는 시간이기도 하다.

Atelier Note

계절의 색, 온도, 짧은 절정을 Maison Rachel의 시선으로 남깁니다.

#Season#계절/비평#Maison Ra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