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기록
장마, 줄기가 가장 정직해지는 계절
습도 80퍼센트의 작업실에서 줄기는 본래의 결을 드러낸다. 6월 작업대의 노트.
Edited by 백도윤 · 계절/비평 에디터

장마의 작업실은 습도 80퍼센트를 넘는다. 에어컨도 제습기도 그 숫자를 쉽게 못 내린다. 그러나 그 안에서 줄기는 가장 정직해진다.
수국은 잎이 진해지고, 라넌큘러스는 꽃잎의 결이 더 또렷해진다. 마른 줄기였던 가지는 약간의 탄력을 회복한다. 6월 작업대 위에는 봄과 다른 결의 부케가 만들어진다.
다만 박테리아는 같은 습도를 좋아한다. 화병 청소는 일주일에 두 번, 자른 면도 더 자주 다듬는다.
장마는 정직과 부지런함을 동시에 묻는다.

장마의 작업실은 하나의 큰 화병처럼 변한다. 닫힌 창, 무거운 공기, 물기 찬 바닥, 쉽게 마르지 않는 앞치마가 모두 같은 습도를 나누어 가진다. 그 안에서 줄기는 숨겨둔 성질을 감추지 못한다.
장마에는 꽃이 더 아름다워진다기보다 더 솔직해진다. 색은 선명해지기보다 깊게 젖고, 줄기는 곧음보다 탄성을 드러낸다. 시간도 빨리 흐르지 않는다. 무겁게 고여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송이를 먼저 데려간다.
Atelier Note
계절의 색, 온도, 짧은 절정을 Maison Rachel의 시선으로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