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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손

열다섯 해의 가위질이 남긴 굳은살. 리드 플로리스트가 자신의 손을 처음 사진 찍어 본 날.

게스트 에디터2026-01-2412 min

Edited by 마지우 · 인물 인터뷰 에디터

한지윤의 손

한지윤의 손은 작은 편이다. 그러나 검지 안쪽에 가위 손잡이가 닿는 자리에 작은 굳은살이 있다. 열다섯 해의 같은 동작이 남긴 흔적이다.

그가 자기 손을 사진으로 본 것은 지난 봄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업대 위 잡지 촬영 끝에 사진가가 "손이 너무 좋다"며 따로 한 컷을 찍어주었다. 그는 한참을 들여다보다 "내 손이 이렇게 늙었구나" 하고 웃었다.

늙음과 능숙함은 한 자리에 산다. 굳은살 아래에서 가위는 여전히 가볍다.

그 손이 오늘도 작업대 위에 놓여 있다.

한지윤의 손 detail
Maison Rachel atelier image · 마지우

그는 한동안 손을 숨겼다고 했다. 상담 중에는 장갑을 벗지 않았고, 촬영이 있는 날이면 손등에 크림을 여러 번 발랐다. 손님에게 보이는 것은 꽃이어야지, 자기 손의 피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기념일은 결국 손이 기억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가위를 쥔 날, 엄지 안쪽이 붓고 손목이 늦게 식는 밤에도 그는 주문서의 이름을 한 번 더 읽었다. 손은 기술의 도구이면서, 누군가의 하루를 대신 떠받치는 몸이기도 했다.

Atelier Note

농부, 플로리스트, 손님, 이웃의 말과 침묵을 오래 듣습니다.

#People#인물 인터뷰#Maison Ra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