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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기록

한 송이의 무게를 재는 일

다발이 아니라 한 줄기씩 손에 올려본다. 아틀리에가 도매와 다른 자리에 서기로 한 이유.

한지윤2026-01-188 min

Edited by 윤서라 · 현장 기록 에디터

한 송이의 무게를 재는 일

도매에서는 단을 센다. 50송이 한 단, 100송이 한 박스. 손님의 식탁에 올라가는 단위는 한 줄기인데, 그 사이의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아틀리에를 열기로 한 날, 작업대 위에 단을 풀었다. 한 줄기씩 손바닥에 올려보니 같은 박스 안에서도 무게가 달랐다. 어떤 것은 가벼웠고 어떤 것은 손목이 살짝 내려갔다.

그 차이를 가격으로 옮기는 일이 우리의 일이라고, 그날 밤 일지에 적었다. 다발의 합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정으로 값이 매겨지는 자리.

아틀리에는 그 자리에 서 있겠다는 약속이었다.

한 송이의 무게를 재는 일 detail
Maison Rachel atelier image · 윤서라

무게를 잰다는 말은 저울 위에 올린다는 뜻만은 아니다. 줄기 아래쪽의 물기, 꽃머리가 기우는 방향, 손바닥을 누르는 아주 작은 압력까지 함께 읽는다. 같은 박스에서 나온 두 줄기도 한쪽은 곧게 서고, 다른 한쪽은 손목을 살짝 따라온다.

가격표를 쓰기 전 연필이 멈추는 시간이 있다. 그 짧은 멈춤 동안 우리는 이 줄기가 혼자 놓일 수 있는지, 다섯 줄기 안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배송 뒤에도 같은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값은 숫자이지만, 숫자 앞에는 늘 손의 판단이 있다.

Atelier Note

새벽 시장, 작업대, 배송까지 꽃이 지나온 실제 동선을 기록합니다.

#Process#현장 기록#Maison Ra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