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기록
양재의 새벽 네 시, 입찰의 언어
한 줄기의 가격은 호가 한 번에 결정된다. 시장 바닥에 쪼그려 앉아 보낸 백 일의 기록.
Edited by 윤서라 · 현장 기록 에디터

새벽 세 시 사십 분, 양재 화훼공판장의 형광등은 아직 푸르스름하다. 경매사의 호가가 천장을 두드리고, 중도매인의 손가락이 숫자를 바꾼다. 한 박스의 가격이 정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초.
나는 그 옆에 쪼그려 앉아 박스 모서리를 본다. 잎의 두께, 꽃잎 가장자리의 미세한 갈변, 줄기의 곧음. 호가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삼키고 흘러간다.
백 일째 같은 자리에 앉아 보니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좋은 꽃은 호가가 끝난 뒤에도 박스 안에서 조용하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낸다.
시장은 그렇게 한 줄의 결을 골라내는 언어다.

낙찰이 끝난 박스는 곧바로 손수레 위에 오른다. 젖은 골판지 모서리에 경매표 스티커가 붙고, 장갑 낀 손이 그것을 한 번 눌러 붙인다.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통로 바닥의 물기는 아직 마르지 않았고, 바퀴가 지나갈 때마다 얇은 선이 생겼다.
그때부터 꽃은 가격표가 아니라 이동의 물건이 된다. 누군가는 박스의 무게를 허벅지에 기대어 들고, 누군가는 봉오리의 방향이 눌리지 않게 손잡이를 다시 고친다. 입찰의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한 줄기의 실제 하루가 시작된다.
Atelier Note
새벽 시장, 작업대, 배송까지 꽃이 지나온 실제 동선을 기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