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제주 한경면, 유칼립투스를 심는 부부
바람이 강한 서쪽 밭에 회녹색 잎이 흔들린다. 십 년의 묘목과 두 사람의 손에 관하여.
Edited by 마지우 · 인물 인터뷰 에디터

제주 한경면, 바람이 가장 강한 서쪽 끝. 회녹색 잎이 종일 흔들리는 밭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십 년 전 묘목 200그루로 시작해, 지금은 1,200그루.
"여기 바람이 너무 세서 처음에는 다 죽겠다 했지." 남편이 잎을 손등에 비비자 특유의 향이 났다. 부인이 "근데 살아남은 애들은 향이 더 진해"라고 덧붙였다.
바람과 향은 같은 자리에 산다. 우리가 정자동에서 받는 한 줄기 유칼립투스는 그 바람의 시간을 갖고 온다.
견딘 것이 결국 향이 된다.

부부는 같은 밭을 다르게 기억했다. 남편은 첫해에 죽은 묘목의 수를 정확히 말했다. 부인은 살아남은 나무에서 처음 향이 진하게 올라온 날의 바람을 기억했다. 한 사람은 숫자로, 한 사람은 냄새로 밭을 붙잡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의 말을 고쳐주는 방식도 느렸다. "그때는 바람보다 비가 문제였지." "아니, 비 뒤의 바람이었어." 짧은 대화 사이로 회녹색 잎이 흔들렸다. 유칼립투스의 향은 한 나무의 성질이 아니라, 두 사람이 오래 다르게 기억한 같은 날들의 합이었다.
Atelier Note
농부, 플로리스트, 손님, 이웃의 말과 침묵을 오래 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