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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경면, 유칼립투스를 심는 부부

바람이 강한 서쪽 밭에 회녹색 잎이 흔들린다. 십 년의 묘목과 두 사람의 손에 관하여.

게스트 에디터2026-03-1213 min

Edited by 마지우 · 인물 인터뷰 에디터

제주 한경면, 유칼립투스를 심는 부부

제주 한경면, 바람이 가장 강한 서쪽 끝. 회녹색 잎이 종일 흔들리는 밭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십 년 전 묘목 200그루로 시작해, 지금은 1,200그루.

"여기 바람이 너무 세서 처음에는 다 죽겠다 했지." 남편이 잎을 손등에 비비자 특유의 향이 났다. 부인이 "근데 살아남은 애들은 향이 더 진해"라고 덧붙였다.

바람과 향은 같은 자리에 산다. 우리가 정자동에서 받는 한 줄기 유칼립투스는 그 바람의 시간을 갖고 온다.

견딘 것이 결국 향이 된다.

제주 한경면, 유칼립투스를 심는 부부 detail
Maison Rachel atelier image · 마지우

부부는 같은 밭을 다르게 기억했다. 남편은 첫해에 죽은 묘목의 수를 정확히 말했다. 부인은 살아남은 나무에서 처음 향이 진하게 올라온 날의 바람을 기억했다. 한 사람은 숫자로, 한 사람은 냄새로 밭을 붙잡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의 말을 고쳐주는 방식도 느렸다. "그때는 바람보다 비가 문제였지." "아니, 비 뒤의 바람이었어." 짧은 대화 사이로 회녹색 잎이 흔들렸다. 유칼립투스의 향은 한 나무의 성질이 아니라, 두 사람이 오래 다르게 기억한 같은 날들의 합이었다.

Atelier Note

농부, 플로리스트, 손님, 이웃의 말과 침묵을 오래 듣습니다.

#People#인물 인터뷰#Maison Ra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