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노트
마른 뒤의 두 번째 자리
물을 마시기 그친 줄기에도 모양은 남는다. 책장 옆, 거꾸로 매단 다음 계절의 풍경.
Edited by 정이린 · 케어/생활 에디터

물을 마시기 그친 줄기에도 모양은 남는다. 색은 한두 톤 가라앉지만, 결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마른 뒤의 자리는 첫 자리만큼 길어질 수 있다.
드라이로 옮길 때는 물을 천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빼고 거꾸로 매단다. 통풍이 잘 되는 그늘, 7일에서 10일. 책장 옆 벽이 가장 자주 추천되는 자리다.
아틀리에의 작업실에도 작년 가을의 다알리아가 거꾸로 걸려 있다. 색은 짙은 와인에서 흐릿한 적갈색으로 옮겨갔다.
두 번째 자리는 첫 자리의 기억으로 산다.

거꾸로 매다는 자리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직사광선이 없는 세탁실 문 옆, 책장 옆 벽, 창문에서 한 걸음 들어온 못 자리처럼 바람은 지나가되 빛은 세지 않은 곳이 좋다. 너무 밝은 곳에서는 색보다 기억이 먼저 바랜다.
마른 꽃에도 관리의 끝은 있다. 먼지가 앉기 시작하면 오래 둘 것과 한 계절만 두고 비울 것을 나눈다. 모든 것을 보존할 필요는 없다. 어떤 꽃은 마른 뒤 오래 남고, 어떤 꽃은 비워진 자리로 더 잘 기억된다.
Atelier Note
집에 도착한 꽃이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구체적인 습관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