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기록
치앙마이에서 정자동까지, 36시간의 냉장
동남아 농장의 컷오프부터 정자동 작업대까지. 한 줄기가 견뎌야 하는 온도의 곡선을 따라갔다.
Edited by 윤서라 · 현장 기록 에디터

치앙마이 외곽의 농장은 새벽 다섯 시에 컷오프를 한다. 줄기 끝이 잘리고 두 시간 안에 4도의 냉장고로 옮겨진다. 그 곡선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방콕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약 28시간. 통관 두 시간, 콜드트럭으로 정자동까지 다시 두 시간. 합쳐 36시간. 이 시간 동안 온도가 한 번이라도 12도를 넘으면 꽃잎 가장자리가 먼저 안다.
작업대에 박스가 도착하는 순간, 우리는 박스 안 온도계를 먼저 본다. 줄기보다 숫자를 먼저 읽는 일이다.
신선함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곡선의 문제다.

박스를 열 때는 테이프를 길게 찢지 않는다. 칼끝을 얕게 넣어 한 번만 긋고, 스티로폼 뚜껑을 들어 올린다. 안쪽에는 얇은 물방울이 맺혀 있고, 온도계 숫자는 외부 공기를 만나 잠깐 흔들린다.
우리는 그 30초를 기다린다. 숫자가 안정되면 꽃잎 가장자리를 손등으로 살짝 확인하고, 줄기 끝의 탄력을 본다. 멀리서 온 꽃은 도착하는 순간 가장 조용해야 한다. 긴 이동을 잘 견딘 몸은 과장 없이 서 있다.
Atelier Note
새벽 시장, 작업대, 배송까지 꽃이 지나온 실제 동선을 기록합니다.

